경기도와 안양시,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함께 추진하는 '인덕원 인텐스퀘어 도시개발사업'(총사업비 4,122억 원)이 16일 착공식을 열고 본격 시작됐다. 하지만 행사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경기도의회 패싱' 논란으로 축하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GH 60% 지분 사업, 주도권은 경기도인데...
인덕원 인텐스퀘어는 GH(60%)·안양시(20%)·안양도시공사(20%)가 지분을 나눠 시행하는 광역급 대규모 사업이다. 사업 성격상 명백한 '경기도 주도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착공식은 '안양시 주관 행사'라는 명분 하에 진행됐다.
행사 의전은 전적으로 안양시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그동안 사업 심의와 예산을 담당해온 경기도의회는 내빈 소개 외에는 발언 기회를 전혀 부여받지 못했다.
민주당 라인만 축사... 도의원 6명 완전 배제
이날 착공식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경기도의회 문형근(더불어민주당·안양3)·유영일(국민의힘·안양5)·김성수(더불어민주당·안양1)·김재훈(국민의힘·안양4)·김철현(국민의힘·안양2)·장민수(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 민병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안양동안구갑), 최대호 안양시장, 박준모 안양시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인사말과 축사는 ▲최대호 안양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박준모 안양시의회 의장 ▲민병덕 국회의원에게만 주어졌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거나 민주당과 연대하는 인사들로, 현장에 참석한 도의원 6명은 발언 기회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특히 전반기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장으로서 사업 추진의 법적·행정적 절차를 챙겨온 유영일 의원은 부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음에도 인사말조차 하지 못했다. 김동연 지사가 축사에서 "유영일 위원장이 전반기에 큰 역할을 했다"고 공개 언급했음에도, 정작 행사 운영에서는 끝내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유 의원은 그동안 ▲토지보상 투명성 확보(2023년 3월) ▲도시경쟁력 강화 기대(2023년 10월) ▲GH 사업 보고 청취(2024년 3월) ▲착공 추진 현황 점검(2025년 8월) 등 지속적으로 사업 현안을 챙겨왔음에도 공식적 평가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성과보고마저 시청 과장이... "이례적" 지적
더 큰 문제는 성과보고를 지분 60%를 가진 GH가 아닌 안양시 신성장전략과 이장우 과장이 맡았다는 점이다. 현장 참석 GH 관계자들조차 "지분 60%를 가진 주체 공기업이 성과보고조차 못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의아함을 표했다.
명백한 광역 공기업 주도형 개발사업임에도 착공식은 시 주관 행사라는 이유로, 의전과 보고 모두 안양시 중심으로 진행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성과는 시장이 독점하고, 향후 사업 책임은 공기업이 떠안는 불균형 구조가 고착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광역 개발사업에서 주도 기관이 행사 의전에서 배제될 경우, 정치적 성과는 지자체장이 가져가고 문제 발생 시에는 공기업이 책임을 떠안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선거 앞둔 의도적 견제?" 주민들 반발
안양시 측은 행사 의전이 "경기도청 집행부와 협의한 결과"라고 해명했지만, 지역사회 반응은 싸늘하다.
주민들은 "민주당 소속 도지사·시장·시의회 의장·국회의원에게만 발언 기회를 주고, 정작 도의회 상임위 대표자는 철저히 배제했다"며 "결국 도의회는 사업 동반자가 아니라 들러리 취급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유영일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현 시장의 유력한 경쟁 상대로 거론되는 만큼, 이번 배제가 의도적 견제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도의회 위상 축소" 거센 비판... 제도적 보완 시급
정치권 안팎에서는 "기초단체 주관 행사라는 명분으로 도의회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전형적 패싱"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도의회가 심의·예산 기능을 담당함에도 착공식에서마저 배제된다면, 향후 경기도 협치 기반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왔다.
GH가 60% 지분을 가진 사실상 경기도 주도 사업임에도 '안양시 행사'라는 명분으로 도의회를 철저히 배제한 것은 "도의회의 위상과 권한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광역·기초·공기업이 함께 추진하는 사업에서 도의회를 패싱하는 의전은 광역의회의 감사 기능 한계에서 기인한 기형적 구조"라며 "의도적으로 패싱하는 것은 결국 지역민과 도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경 의장, 도의회 차원 적극 대응 필요
이번 사태는 단순히 안양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도와 31개 시·군이 함께 진행하는 각종 매칭 사업과 공동 행사 전반에서 반복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따라서 경기도의회를 대표하는 김진경 의장이 정당을 초월해 기초단체 행사에서 도의회가 의도적으로 배제되는 사례를 면밀히 점검하고, 집행부와 기초단체에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는 적극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의회가 단순히 경기도와 도 산하기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권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도민을 대변하는 공식 의결기구로서 행사 현장에서도 정당한 위상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다면 도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도의회의 존재 이유는 점점 더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