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손희옥이 먹의 심연 위에 푸른 생명의 선을 새기며 ‘내일’이라는 시간을 이야기한다. 먹의 어둠을 뚫고 피어나는 한 줄기 푸른 숨결! 깊은 어둠 끝에서 비로소 빛은 태어난다.

오는 2월 2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여의도 대한민국 국회 아트갤러리에서 손희옥 개인전 〈내일을 기다리며〉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내일’ 연작을 중심으로, 먹의 중층적 어둠과 코발트블루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시련 이후 도래하는 희망과 재생의 순간을 시각화한 자리다.
겹겹이 스며든 먹빛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시간의 퇴적이며 감정의 침잠이다. 화면은 마치 광활한 대지이자 우주처럼 깊고 넓게 펼쳐진다. 그리고 그 정적을 가르듯, 코발트블루의 선이 힘 있게 등장한다. 단호하고도 생동하는 푸른 기운은 침묵의 공간을 깨우는 첫 숨결처럼 화면 위를 가로지른다.
손희옥의 회화에서 먹과 청색은 대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드러내기 위해 존재한다. 어둠이 깊을수록 푸른 빛은 더욱 선명해지고, 푸른 선이 스칠수록 먹의 심연은 더욱 깊어진다. 이 대비는 단순한 색채 실험이 아니라, 절망과 희망, 침묵과 생동, 정지와 운동이라는 삶의 양가성을 구조적으로 드러내는 조형 언어다.

특히 작가는 먹을 수차례 쌓아 올리는 축적의 과정을 통해 화면에 물성과 중량감을 부여한다. 번짐과 스밈, 건조와 중첩이 만들어내는 질감은 시간 그 자체를 기록한다. 그 위에 더해지는 코발트블루는 계획된 필선과 즉흥적 붓질 사이를 오가며 긴장과 리듬을 형성한다. 통제와 우연, 질서와 자유가 공존하는 이 방식은 예측할 수 없는 삶의 조건을 닮아 있다.
이번 전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버들’의 이미지는 이러한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응축한다. 겨울 내내 얼어붙은 땅속에서 묵묵히 시간을 견디다 봄이 되어서야 비로소 싹을 틔우는 버들의 생명력. 작가는 그 느리고 고통스러운 기다림의 시간을 인간 존재의 서사와 겹쳐 놓는다. 화면 속 한 줄기 푸른 선은 단순한 식물의 형상이 아니라, 상처 이후에도 다시 살아가려는 존재의 의지이자 회복의 은유다.

배건 미술평론가(한국현대미술신문 대표)는 이번 전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손희옥의 작업은 전통 수묵이 지닌 정신성과 물성을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한 성취다. 먹이라는 침잠의 매체 위에 코발트블루라는 비전통적 색채를 과감히 삽입함으로써, 정적인 한국화의 관습을 넘어 시간과 에너지가 흐르는 회화적 공간을 구축한다. 그의 화면에서 먹은 삶의 무게이자 견뎌야 할 침묵의 시간이며, 이를 가르는 푸른 선은 희망이라는 사건으로 기능한다. 이는 단순한 미학적 대비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내면 풍경을 투영하는 존재론적 회화라 할 수 있다.”
작업 과정 또한 수행에 가깝다. 반복적인 붓질과 기다림, 스며듦의 시간을 통과하며 화면은 서서히 완성된다. 이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작가의 태도이자, 삶을 대하는 하나의 철학이다.
손희옥은 “겨울을 견디는 시간은 고통과 침묵의 연속이지만, 그 끝에는 반드시 빛의 순간이 온다”며 “관람객들이 작품 앞에서 각자의 ‘겨울’을 떠올리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불확실성과 상실이 일상이 된 시대!

손희옥의 회화는 거대한 외침 대신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지금은 어둡지만, 우리는 결국 다시 싹을 틔울 존재라고, 먹과 색, 정적과 움직임,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이번 전시는 ‘내일’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묻는 사유의 장이자, 조용하지만 깊은 위로가 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손희옥 작가 프로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및 아트페어 12회 개최. 베이징올림픽 한·중 여성작가 초대전, 뉴질랜드 한국현대작가 초대전, 독일 뮨스터시 문화국 초대전 등 국내외 다수 국제전에 참여했다. KIAF, 화랑미술제 등 주요 아트페어 출품.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서울대·단국대·동국대 강사를 지냈다.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 서울대학교, 예술의전당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