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명을 바꾸겠다고 했다. 간판을 내렸다. 그러더니 지방선거 이후로 미뤘다.
국민의힘의 최근 행보를 지켜보고 있으면 한 가지 질문이 자꾸 떠오른다. "이 당은 지금 어디로 가려는 걸까."
당명 교체 논의는 그 자체로 적잖은 파장을 불러왔다. 선거 국면에서 당명이 바뀌면 수십 년 간 같은 이름을 믿고 투표해온 어르신 유권자들이 혼란을 겪는다는 건 선거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미 상식에 가까운 이야기다. 그런데도 간판을 내리는 퍼포먼스를 먼저 하고, 정작 결론은 뒤로 미뤘다. 결단도 아니고, 철회도 아닌 어중간한 유보. 당의 방향성을 보여주려 했던 시도가 오히려 우왕좌왕의 증거가 되어버렸다.
더 깊은 문제는 내부 분열이다. 지금 국민의힘 안에는 사실상 여러 개의 당이 공존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친 세력, 한동훈 전 대표 라인, 그리고 장동혁 의원으로 대표되는 또 다른 흐름. 이름은 하나지만 속은 셋으로, 혹은 그 이상으로 쪼개져 있다. 공동의 목표보다 내부 권력 다툼이 먼저인 조직에서 통합된 메시지가 나오기란 애당초 어렵다.
보수의 본령이 무엇인지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안보를 지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 위에서 나라를 운영하겠다는 신념. 그것이 이 땅의 보수가 수십 년간 지지를 받아온 근거였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수의 이름 아래 모였고, 그 이름에 한 표를 던졌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에서 '나라'보다 먼저 보이는 건 '내 편'이다.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를 둘러싼 갈등, 공천 다툼, 당 대표 자리를 향한 암투. 유권자들은 이 장면들을 고스란히 보고 있다.
위기에 처한 정당이 재건되는 방식은 역사적으로 크게 두 가지였다. 뼈를 깎는 자기 혁신으로 신뢰를 되찾거나, 끝없는 내홍 끝에 분당과 재편의 길을 걷거나. 국민의힘은 지금 그 갈림길 앞에 서 있다.
간판을 바꾸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이 당이 왜 존재하는지,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할 것인지, 그 답을 내부에서 먼저 합의하는 것이다. 나침반 없이 아무리 빨리 달려봐야 목적지에 닿을 수 없다. 국민의힘이 길을 찾는 날은, 내부 권력 다툼보다 국가 비전이 먼저 논의되는 날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