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P모건이 코스피 5000 달성을 전망하며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12개월 내 5000, 강세 시나리오에서는 6000까지 가능하다는 낙관론이다. 그러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상승세가 정말 한국 기업들의 체질 개선을 반영하는 것일까, 아니면 일시적 기대감이 만들어낸 신기루에 불과한 것일까?
숫자가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
JP모건의 논리는 명확하다. 코스피의 PER 13.2배, PBR 1.34배는 아시아 평균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이라는 두 가지 모멘텀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질문이 있다. 저평가가 해소되는 것과 기업이 성장하는 것은 같은 이야기일까? 디스카운트 해소란 결국 '제대로 된 값을 받는다'는 의미이지, 기업 자체가 더 나아진다는 뜻은 아니다.
정책 기대감이라는 양날의 검
정부의 밸류업 정책, 규제 완화 기대감이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하지만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정책 기대감으로 오른 시장이 실제 성과가 부족할 때 얼마나 가혹하게 돌아서는지를.
대통령의 발언 하나, 정책 발표 하나에 출렁이는 시장은 불안정하다. 진짜 성장은 기업 실적에서 나온다. 매출이 늘고, 영업이익률이 개선되고,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정말 과거보다 나아졌을까?
반도체, 그 달콤한 함정
메모리 반도체 호황은 반갑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 경제 전체의 체질 개선을 의미하는가? 반도체가 좋으면 코스피가 오르고, 반도체가 나쁘면 코스피가 떨어지는 구조. 이것은 성장이 아니라 의존이다.
JP모건은 반도체에서 금융, 지주사, 조선, 방산으로 순환매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순환매란 결국 돈이 이 업종에서 저 업종으로 옮겨 다니는 것일 뿐, 전체 파이가 커지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우리가 정말 확인해야 할 것들
코스피 5000을 기뻐하기 전에, 우리는 몇 가지를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첫째, 기업 이익의 질이다. 환율 효과나 일회성 이익이 아닌, 영업 경쟁력 향상에서 비롯된 이익이 늘고 있는가?
둘째, 산업 구조의 다변화다. 반도체 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 목을 매고 있는가?
셋째, 글로벌 경쟁력이다. 중국 기업들의 추격, 미국 기업들의 혁신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정말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가?
결론: 환호보다 냉정함이 필요한 시점
주가가 오르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실체 없는 기대감에 의한 것이라면, 결국 우리는 더 큰 실망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환호가 아니라 냉정한 점검이다. 기업들이 정말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지, 정부 정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 우리 경제의 체질이 정말 개선되고 있는지를 말이다.
코스피 5000은 목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실체를 갖추려면, 기업들의 진짜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숫자의 향연에 취하기보다, 그 숫자 뒤에 감춰진 진실을 들여다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