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징 소리가 논산 땅에서 힘차게 울려 퍼졌다.
지난달 김홍신문학관에 기증된 국내 최대의 징 ‘태징’이 이달 광복절 정오에 문학관타징식을 통해 첫 울림을 선사한 것이다.
이날 타징식은 충남무용교육원의 길놀이 시작으로 흥을 돋웠다.
태양 아래 사물놀이 하나인 징 소리가 한껏 분위기를 달군 뒤, 정오가 되자 문학관 태징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논산 시민과 문학관·시청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학관을 건축 기증한 남상원 회장이 첫 타징을 했다.
이어 송영무 제45대 국방장관과 백성현 논산시장이 힘찬 타징으로 울림을 더했으며, 피날레는 김홍신 작가가 장식하며 문학적 깊이를 더했다.
이 태징은 직경 163cm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로, 15년 전 최애화 오벨리스크바이스타 회장이 제작을 의뢰하여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진귀한 작품이다.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를 비로소 찾은 날은 2025년 김홍신문학관 광복절 기념식. 1부 광복절 타징식 후에는 태평무 등 국악한마당이 흥겨운 무대의 여운을 남겼으며, 2부 순서로는 ‘릴레이 시민강좌’가 이어졌다.
김동철 강사가 징의 역사와 상징성 전반을 심도있게 다루었으며, 전통악기 징과 벽화 자료집을 마련 공유함으로써 우리 악기 이해 전반도 도왔다.
태징을 기증한 최애화 회장도 무대에 올라 “어느 날 제가 힘들었을 때 징 소리 들으며 큰 힘과 위로를 얻었습니다. 그 기운을 여럿이 함께 나누고 싶었는데....”라면서 기증 스토리를 풀어냈다.
서혜정 성우가 이끄는 릴레이 강좌 마지막 순서는 ‘시 토크’였다.
김홍신 작가가 최근 141번째 신간으로 내놓은 시집은 『그냥 살자』. 이 시집은 사별한 아내를 향한 순애보가 담겼던 첫 시집 『한 잎의 사랑』을 펴낸 지 21년 만에 나왔다.
장르상 인생시로 분류될 만한 64 시편을 두고서 주고받는 이야기는, 김홍신 작가의 ‘징한’ 삶의 편린들이었다.
『인간시장』 주인공이 사실상 작가의 분신이었음을 실감케 해주는 비화들이 쏟아지며, 시와 소설, 그리고 삶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하나가 되는 순간을 선사했다.
전쟁때 진군 신호였던 징 소리가 이제는 일상에서 인간계와 천상을 넘나들듯.
저자 사인회까지 마친 다음, 기념 촬영을 겸하며 징을 직접 쳐보는 시민들 발걸음이 이어졌다.
전용덕 문학관 대표는 태징을 찾는 이들에게 특별한 초대장을 건넸다.
“문학관 저 날맹이 은진미륵은 동양 최대 석불이고, 탑정호 출렁다리는 동양 최장입니다.
광복절날 서울 보신각 종소리에 논산 김홍신문학관은 징소리로 화답했습니다. 마음으로 돌아와서, 삶의 박동을 울려야겠다 싶을 때, 그때 문학관에 오세요. 저 태징이 가슴 떨리게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