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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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동화작가의 관계의 맛을 찾아 떠나는 동화 [맛있는 캠핑]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향과 맛이 날까?


관계의 맛을 찾아 떠나는 동화 <맛있는 캠핑> 

 

 텔레비전도 없고 게임기도 없고 핸드폰도 안 되는 곳에서 평소에 서먹하고, 불만이 많던 누군가와 함께 있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권영이 동화작가는 가족, 친구 등과의 모든 관계는 그 나름의 향과 맛이 있다고 믿고 나와 다른 사람과, 나와 자연과의 관계 등의 맛을 찾는 이야기를 썼다. 

 

 동화 <맛있는 캠핑>은 환경운동가인 아빠와 초등학생 아들이 12일 동안 캠핑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재미있게 들려주는 동화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휴대전화도 없고, 시원한 콜라도 한 잔 못 마시는 터라 주인공 보람이는 툭하면 툴툴거린다. 그래서 틈만 나면 산에서 내려갈 궁리를 내보지만, 아빠에겐 어림도 없다.

 

 보람이는 엄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엄마를 대신해서 하는 역할도 어설프고, 그렇다고 아빠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빠에게 불만이 많았다. 그런 보람이가 한여름 산속에서 휴대폰은 물론 화장지조차 사용하지 않는 원시인 생활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불편함을 견디며 노지 캠핑을 한다.


 보람이는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친환경 생활을 하는 동안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동안 자신만 엄마의 빈자리 때문에 외롭고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빠도 보람이가 겪은 것처럼 많이 아팠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보람이는 엄마의 빈 자리를 채워주려고 노력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기댈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그리고 아빠의 속 깊은 사랑을 다시금 느끼고 아빠의 아픔을 이해하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산속에서 심심했던 보람이는 민재라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보람이는 민재와 친하고 싶지만 민재는 보람이 마음도 몰라주고 퉁퉁거린다. 까무잡잡하게 탄 얼굴과 날랜 동작,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민재가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여자였다. 


 보람이는 그런 그 애에게 한 입 베어 문 풋사과에서 느껴지는 상큼하고 풋풋한 감정을 갖는다. 마음이 간질간질한 설렘을 처음 느낀 보람이는 이제 아빠에게서 정신적인 독립을 할 나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관계가 처음부터 잘 맞는 건 아닌 것 같다. 처음에는 설익은 콩에서    나는 비릿한 냄새처럼 어설프고 부족할 거다. 그러나 서로 눈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보듬어 주면서 서로 알아가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도 더 깊어진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이야기는 작가 자신이 보람이 같은 딸이었고, 이 책에 나오는 보람이 아빠처럼 어설픈 엄마였다는 걸 고백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맛있는 캠핑>은 ‘2023년 읽어주기 좋은 책’ 67권에 선정되었고, 2023년 8월 한우리 추천도서에 선정되었다. 

 권영이 작가는 제21회 신라문학상 단편소설 부문에 대상을 수상했고, 제18회 대교 눈높이아동문학대전 장편동화 부문에 대상을 수상하면서 동화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출간작품으로는 수달에게 친구가 생겼어요(그림동화), 너 그거 아니?(장편동화), 탈무드(11살이 읽는 세계명작 동화), 맛있는 캠핑(장편동화) 등이 있다. 


 권영이 작가의 작품 배경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된 충북 증평군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서로를 보듬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들에게서 달콤하게 농익은 참외 맛이 풍긴다. 


 지금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작품들도 모두 증평지역을 배경으로 썼다. 지역에 애착을 가진 작가에게서 풋풋한 자연의 향이 물씬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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