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와 작가의 대담(對談) 중에서 =
수다쟁이 동화 작가 권 영이
『맛있는 캠핑』을 출간한 권영이 동화 작가에게 어떻게 작가가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을 했다.
자신은 수다쟁이라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고 했다. 마주치는 모든 이와 이야기하려고 다가가다가 거절을 당할 때가 많다고 했다. 권영이 작가는 전혀 수다쟁이처럼 보이지 않았다. 침착하고 묵직한 표정에 말수도 적어 수다쟁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내가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니, 빙그레 웃으며 동화 작가가 된 사연을 털어났다.
권 작가는 35년간의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유달리 자연에 관심이 많았었다고 말했다. 출퇴근 때 만나는 풀과 들꽃, 새, 바람 등 자연에 관심을 갖고, 살피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이와 걸맞지 않은 동심이 싹텄다고 했다.
어느 여름날, 출근을 하려고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데, 아침햇살이 느닷없이 와락 달려들면서 단체로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사방을 둘러보니 대문에서 현관으로 들어오는 디딤돌 옆에 가득 핀 채송화들이 웃는 소리였다고 말했다.
나도 모르게 터무니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더니 빙긋이 웃으며 하는 말이 더 기가 막혔다.
“제가요. 이 이야기를 여러 사람한테 했는데, 다들 저를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기자님도 그러신가요? 저는 그때, 분명히 채송화들이 웃는 소리를 들었어요. 너무나 맑고 경쾌한 웃음소리였거든요.”
작가는 분명하게 말했다. 채송화들이 웃는 소리를 들은 자신이 정상이고,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사람들은 삶이 각박하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타인, 동물, 자연과 소통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데 그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듣겠냐며, 타박을 했다.
“조금만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들에게 다가가서 귀를 기울여 보면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기자님도 한번 해보세요.”
나는 그건 동화 작가니까 가능한 거지 보통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녀는 그 말을 한 나를 그녀의 마당가에 있는 모과나무 아래로 데려갔다. 그리고 모과나무에서 이 가지 저 가지로 옮겨 다니며 재잘대는 새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라고 했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고 들어보려고 애를 써봤지만, 그저 재잘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권영이 작가는 그렇게 동식물 등 자연과 수다를 떨며 친구를 만들어서 작품 속에 등장시켰다고 했다. 덕분에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작품이 지역의 산, 들, 천, 들꽃, 동물 등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너, 그거 아니?』는 두타산 아랫마을 이야기이고, 『수달에게 친구가 생겼어요』는 보강천에 사는 수달 가족 이야기이며, 『맛있는 캠핑』은 좌구산에서 아빠와 아들이 10일간 캠핑을 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지금 출간을 진행하고 있는 작품은 지역에 있는 도안초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란다.
권 작가는 자연도 사랑하지만, 작가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착도 많아 보였다. 작가의 작품 배경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된 충북 증평군이다.
권영이 작가는 2003년 문예연구 겨울호에 수필이 등단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2007년 공무원 문예대전에서 소설 『어머니의 자리』로 입상했으며, 같은 해 제1회 CBS 창작가곡제에서 작시 『떨이』로 대상을 수상했다.
2008년에는 제9회 소설 『도미』로 동서커피문학상을 받았고, 2009년에는 제21회 신라문학대상에서 소설 『틈』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2010년 제18회 대교눈높이아동문학대전의 장편동화부문에서 『너, 그거 아니?』로 대상을 수상하며 동화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에는 충북여성문학상, 2023년에는 충북문학상을 수상하여 지역작가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동안 출간한 책으로는 그림동화 『수달에게 친구가 생겼어요』, 장편동화 『너, 그거 아니?』, 『탈무드』, 『맛있는 캠핑』 등이 있으며, 지역 및 중앙 문예지에 200여 편의 작품을 게재하는 등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맛있는 캠핑』은 2023년 <책 읽기 좋은 책>에 선정되었고, 2023년 한우리 필독서로도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