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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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78년 만에 사라진 보완수사권 폐지 그 청구서는 누구에게 향하는가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의 큰 축이 78년 만에 통째로 뽑혔다. 2026년 7월 31일, 야권 주도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다. '검찰 권한 남용 방지'라는 깃발 아래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되었지만, 정작 일선 법조계와 실무자들의 얼굴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복잡한 여의도의 정치 논리 속에 묻혀버린 '진짜 문제점'들이 평범한 시민들의 삶을 위협할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서민들을 울리는 ‘사건 핑퐁’과 사법 지연

가장 먼저 닥칠 현실은 '사건 처리의 무한 지연'이다. 지금까지는 경찰이 넘긴 사건 기록에 구멍이 보일 경우, 기소를 담당하는 검사가 직접 피해자를 부르거나 계좌를 추적해 신속하게 보완 수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검사는 뻔히 보이는 수사의 빈틈 앞에서도 직접 개입할 수 없다. 오직 경찰에 “다시 수사해달라”고 요구만 해야 한다. 개정안은 경찰이 1개월(최대 2개월) 내에 보완수사를 마쳐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이미 심각한 인력난과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는 일선 경찰서 사정을 고려하면 사건은 검·경 사이를 탁구공처럼 오갈 수밖에 없다. 그 기나긴 ‘핑퐁 게임’ 속에서 피가 마르는 것은 하루빨리 억울함을 풀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서민 피해자들뿐이다. 

지능형 경제범죄·권력형 비리의 ‘방패’ 우려

전세 사기, 가상화폐 범죄, 대규모 금융 비리 등 현대 사회의 범죄는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이러한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주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고도의 법률적 그물을 짜야만 한다. 

그러나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서 법률 전문가인 검찰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할 핵심 연결고리가 끊어지게 되었다. 복잡한 경제범죄나 권력형 비리 사건에서 경찰의 초기 수사가 미진할 경우, 이를 신속하게 꿰뚫어 보고 보완할 주체가 사라진 것이다. 자칫 영악한 범죄자들과 권력자들에게 '합법적 도피처'를 마련해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거대해진 경찰 권력, 실질적 견제 장치의 부재

이번 개정안의 또 다른 이면은 거대해진 경찰 권력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은 견제받지 않을 때 썩기 마련이다. 그동안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단순한 수사 권한을 넘어, 경찰의 수사 오류를 바로잡고 억울한 피의자나 피해자가 묻히지 않도록 감시하는 '실질적 통제 장치'로 기능해왔다.

이 권한이 증발하면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비록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등이 확대되었다고는 하나, 법률 지식이 부족한 일반 시민이 거대한 수사기관을 상대로 제대로 된 권리를 주장하며 다투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마치며

제도 개혁의 명분은 화려했다. 하지만 강행 처리된 법안의 이면에는 '국민의 피해 구제'라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대한 책무가 빠져 있다. 형사사법체계는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다. 78년 만에 강행된 이 거대한 시스템의 파괴가 억울한 피해자들의 눈물로 청구되지 않도록, 정치권은 이제라도 제도의 치명적인 구멍을 메울 책임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모르는 사이 닥쳐올 파도를 두려워하는 국민들의 탄식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